"클로드한테 물어보고 비트코인 좀 살까?"
몇 년 전이라면 농담처럼 들렸겠지만, 이제는 실제로 가능한 이야기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대화형 AI 서비스와 코인 결제·지갑·거래 데이터를 직접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사람이 거래소 앱을 직접 열지 않아도, AI 어시스턴트와의 대화만으로 코인을 사고 매매 전략까지 점검할 수 있는 인프라가 하나둘 갖춰지는 중입니다.
오늘은 이 흐름을 이끄는 세 가지 사례 — 문페이의 AI 연동 온램프, 코인베이스의 스테이블코인 결제 프로토콜, 그리고 두나무의 AI 매매전략 백테스트 도구 — 를 정리하고, 투자자 입장에서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까지 짚어보겠습니다.
가상자산 결제 서비스 문페이(MoonPay)는 앤트로픽의 AI 어시스턴트에 법정화폐 기반 온램프 기능을 새롭게 연동했습니다. 온램프란 신용카드나 은행 계좌 같은 일반적인 결제수단으로 원화나 달러를 코인으로 바꿔주는 서비스를 말합니다.
이번 연동으로 이용자는 AI와의 대화창에서 "달러로 이 정도 금액만큼 코인을 사줘"라고 요청하면, 별도의 거래소 앱을 켜지 않고도 구매한 코인을 기존 지갑으로 옮겨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문페이는 이미 다른 주요 AI 챗봇 서비스에도 같은 기능을 붙여 왔으며, 여러 AI 플랫폼을 합치면 잠재적으로 접근 가능한 사용자 규모가 10억 명 안팎에 이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실제로 어떤 결제수단을 쓸 수 있는지, 서비스가 어느 나라에서 제공되는지는 각국의 규제와 고객확인(KYC) 절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기억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코인베이스는 조금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습니다. 자체 개발한 결제 프로토콜 'x402'를 통해, 사람이 아니라 AI 에이전트끼리 스테이블코인으로 요금을 주고받는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입니다.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한 AI 에이전트가 유료 API나 데이터를 호출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이 가격과 결제 조건을 제시합니다. 그러면 요청한 AI 에이전트가 자신의 지갑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대금을 지불하고, 그 대가로 데이터나 연산 서비스를 받는 식입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사전에 설정된 지갑 권한과 사용 한도 안에서만 이뤄지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런 AI 결제 시장을 크게 두 갈래로 나눠 봅니다.
에이전틱 커머스: 사람이 AI에게 "이거 사줘"라고 위임하는 방식. 기존 카드 결제의 연장선에 가깝습니다.
페이퍼콜(Pay-per-call): AI가 다른 AI나 서비스의 API·데이터·연산 자원을 호출하고, 그 대가를 스테이블코인 등으로 즉시 지불하는 방식입니다.
구글, 오픈AI, 비자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도 AI 에이전트의 권한 확인과 결제 인프라 구축에 뛰어들고 있어, 이 영역의 경쟁은 앞으로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국내에서는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두나무는 이용자가 자연어로 입력한 매매 전략을 업비트의 과거 시세 데이터로 검증해주는 '업비트 스트래티지 툴킷' 베타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RSI가 30 이하로 떨어지면 매수하고, 70 이상으로 오르면 매도한다"처럼 조건을 문장으로 입력하면, AI가 이를 계산 가능한 전략 규칙으로 변환합니다. 이후 별도의 백테스트 엔진이 과거 캔들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 전략의 실제 성과를 계산해 보여주는 구조입니다.
툴킷이 지원하는 주요 기능
RSI, MACD, 볼린저밴드 등 기술적 지표 15종
1초봉부터 월봉까지 다양한 시간 단위의 과거 캔들 데이터
AI(전략 해석)와 계산 엔진(성과 산출)의 역할 분리를 통한 환각(hallucination) 리스크 완화
두나무 측은 AI가 직접 가격 데이터를 만들어내거나 부정확한 방식으로 계산할 위험을 줄이기 위해, "전략을 이해하는 역할"과 "숫자를 계산하는 역할"을 의도적으로 분리했다고 설명합니다. 단, 이 툴킷은 어디까지나 전략 검증용 도구로, 실제 주문 실행이나 자동매매 기능은 포함하지 않는다는 점도 참고할 부분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실제로 돈을 움직이는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업계에서는 기술적 편의성 못지않게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거래 권한 통제 — AI가 어디까지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지 한도가 명확한가
고객확인·자금세탁방지(KYC/AML) — 규제 준수 체계가 갖춰져 있는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 오작동이나 오류로 손실이 났을 때 누가 책임지는가
거래 추적 가능성 — 결제 한도, 허용 자산, 거래 상대방, 권한 유효기간이 투명하게 관리되는가
AI가 사용자를 대신해 실제 자금을 이동시키는 구조인 만큼, 이런 안전장치가 얼마나 촘촘하게 설계돼 있는지가 서비스의 신뢰도를 가르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가상자산 기업들의 경쟁 무대가 단순한 거래소 서비스에서 AI와 연결되는 데이터·결제 인프라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방대한 거래 데이터와 개발 인프라를 갖춘 가상자산 전문기업과 전통 금융·핀테크 기업 간의 협업도 앞으로 더 활발해질 가능성이 큽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AI가 대신 사줘서 편하다"는 점에만 집중하기보다, 어떤 권한 통제와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2026년 7월 14일 기준 공개된 업계 동향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콘텐츠이며,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조언이 아닙니다. 실제 서비스 이용 가능 여부와 조건은 각 사의 공식 채널을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